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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 故김주혁의 유작이라 더욱 아쉬운 [씨네리뷰]
2018. 02.14(수) 10:44
영화 ‘흥부’
영화 ‘흥부’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꿈을 꾸는 자들이 모이면 세상이 바뀌지 않겠는가?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는 세상”

영화 ‘흥부’에서 조혁(故김주혁)이 흥부(정우)에게 남긴 말이다. 꿈을 꾸는 자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한 뒤 부채 뒤로 사라지는 조혁의 모습은 故김주혁의 빈자리를 새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아주 특별할 것도 없는 그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유독 더 깊게 들어오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14일 개봉한 조근현 감독의 신작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흥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고전소설 ‘흥부전’을 집필한 이가 다름 아닌 흥부 자신이라는 독특한 설정에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신선한 설정과 스토리를 떠나 많은 대중들이 ‘흥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단연 故김주혁의 유작이기 때문이다. 그와 약 3개월을 함께했던 배우들에게는 故김주혁의 유작으로서 ‘흥부’가 주목받는 것이 가슴 아플 수 있겠지만, 그와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이별을 해야 했던 팬들과 관객들에게는 ‘흥부’ 속 故김주혁의 모습이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극 중 민란군과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조혁 역을 맡은 故김주혁은 전작들과 달리 따뜻하고 포근한 연기로 극을 이끌어간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도 백성들이 행복한 조선을 꿈꾸는 조혁은 음란소설을 쓰며 저잣거리를 달구던 흥부가 붓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무엇보다도 조혁이 흥부에게 전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비단 흥부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붓이 검보다 강하고, 꿈을 꾸는 자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조혁의 대사 자체에도 힘이 있지만 이는 故김주혁의 입을 통해 전해져 더 큰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어쩌면 극중 조혁의 모습과 그를 그리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故김주혁을 그리워하는 관객들의 현실과 다르지 않아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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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주혁 외에도 정우, 정진영, 정해인 등 주연 배우들 모두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흥부’로 첫 사극에 도전한 정우는 본인만의 색깔을 캐릭터에 그대로 투영해 고전소설 속 흥부와는 다른 느낌의 색다른 흥부를 그려냈다.

조혁의 형이자 조선을 가지려는 야욕을 품고 있는 조항리로 분한 정진영의 연기는 단연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는 악역인 조항리를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독특하게 그려내 ‘흥부’가 가진 해학적 면모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최근 브라운관에서 주목받고 있는 정해인 역시 세심한 감정 연기가 필요한 헌종 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다만 제 몫을 양껏 해낸 배우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조근현 감독의 아쉬운 연출력이 ‘흥부’의 발목을 잡았다. ‘흥부’는 105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양의 스토리를 담으려 애썼다. 어릴 적 헤어진 흥부-놀부(진구) 형제의 이야기, 흥부가 조혁을 만나 변화하는 과정, 당파 싸움으로 인해 힘을 잃고 혼란을 겪는 헌종의 사연까지 ‘흥부’는 인물들의 많은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그려내려 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각각의 이야기들은 한 작품으로 섞이지 못했다. 초반까지 진행되던 흥부-놀부 형제의 이야기는 갑작스런 두 사람의 재회로 급하게 마무리 되고, 흥부가 조선의 현실에 절망을 느끼고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취하는 과정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특히 흥부의 각성을 위한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인물들의 죽음과 극단적 선택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중반부까지 잘 이어가던 흐름을 한 순간에 흩트려 놓는 후반부의 전개는 관객들의 몰입도와 극의 재미 역시 반감시킨다. 故김주혁이 쌓아온 감동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한 영화의 힘이 아쉬울 따름이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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